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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10-03-09 17:08
<영화강좌 - "영상 연출 기초와 스토리보드의 이해"> 제4강 - 프레임의 이해 : 프레임의 내부(1)
 글쓴이 : CINETOON (123.♡.85.26)
조회 : 3,434  

(3) 프레임의 내부

프레임 안에는 여러 가지의 피사체들이 자리를 잡게 된다. 물론 그 배치는 연출자의 의도에 의한 것이다. 아무렇게나 놓여지는 것이 절대 아니라는 것이다. 연출자가 피사체를 프레임 내에 배치하는 의도를 가장 먼저 확인할 수 있는 게 스토리보드이다. 따라서 연출자의 의뢰에 의해서 그리든, 연출자 자신이 직접 그리든, 스토리보드를 그리는 사람이라면 사각의 화면 내에 배치되는 피사체들이 각각의 위치나 구도를 통해서 가지게 되는 기본적인 시지각적인 의미를 파악하고 있어야 한다.      

수평구도 vs 수직구도

편안함 / 스펙터클 / 지루한 혹은 갑갑한 구도 - 수평구도 

혹시 지평선을 본 적이 있는 지 모르겠다. 우리나라에서 지평선을 보는 게 쉬운 일은 아니니까 모르겠지만, 높다란 건물들이 별로 없는 교외로 나가서 경치를 살펴 본 일은 있을 것이다. 혹은 바닷가에서 잔잔하게 밀리는 파도 너머로 수평선을 본 적도 있을 것이다. 그런 풍경들을 보고 있으면 자연스럽게 마음이 편안해지고 자신도 어딘가 누워서 그런 풍경들을 바라보고 싶다는 욕구를 느낀 적이 있을 것이다. 이렇게 가로로 길게 놓인 경계선을 기준으로 그리 높지 않은, 혹은 들판 등의 수평물들이 자리잡고 있어서 안정감을 주는 구도가 수평구도이다.



스펙터클을 강조하는 화면에도 수평구도는 잘 어울린다. 이런 경우의 대표적인 예로 많이 언급되는 영화가 데이비드 린 감독의 1962년 작 <아라비아의 로렌스>다. 70mm 파나비전으로 제작된 이 영화는 세계 1차 대전 시기 드넓은 아라비아의 사막을 배경으로 파란만장한 인물들의 이야기를 펼쳐놓고 있는 데, 사막을 중심무대로 하고 있는 만큼 수평구도가 많이 사용되었다. 이 영화의 수평구도는 영화를 보는 관객들에게 편안함 마음을 선물하기보다는 광활하게 펼쳐진 사막의 풍경이 관객들을 압도하도록 만들었으며, 또한 그 사막을 배경으로 영웅담을 펼쳐가는 인물들의 모습을 더욱 위대하게 보여주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 그래서 많은 관객들이 이 영화를 보면서 스크린이 너무 좁다고 느꼈다고 한다. 이외에 들판이나 사막에서 펼쳐지는 대규모의 전투 장면도 스펙터클을 제공하는 수평구도의 예가 될 수 있겠다.  

삭막하고 나지막하게 생긴 건물들이 늘어서 있는 지저분한 도시의 아침 거리, 쓰레기들이 군데군데 굴러다니고 있는 그 거리를 따라 여행가방을 든 한 여자가 천천히 걸어가고 있다. 좌우로 길게 펼쳐진 거리, 그 안에 조그마하게 잡힌 여자, 느린 걸음거리, 한참을 걸어가지만 그 길은 끝날 것 같지가 않고 무척이나 지친 모습의 여자는 이 화면을 벗어나기 전에 쓰러지고 말 것만 같다. 이런 장면이 눈 앞에 펼쳐지면 관객들은 어떤 느낌을 받게 될까? 이 지저분한 도시의 아침이 무척이나 갑갑하고, 그 길을 걸어가는 여인의 모습이 안타깝게 느껴지지 않을까? 가로로 넓게 펼쳐진 화면은 그 안에 조그마하게 자리잡은 인물들의 무기력함이나 막막함 등을 표현하는 데에도 좋은 구도가 될 수 있다. 





강력함 혹은 억눌림 / 역동적인 구도 - 수직 구도 


눈 앞에 커다란 건물이 한 채 있다고 하자. 높이는 30층 정도 되고 내가 서 있는 자리로부터 10m 정도도 떨어져 있지 않다. 그런 건물을 보고 있으면 아주 멀리까지 쫙 뻗어 있다는 느낌을 받게 될 것이다. 그러면서 한편으로 건물에 압도당하는 느낌도 가지게 될 것이다. 도심에 그 정도 되는 건물은 많을 테니 아마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런 느낌은 느껴본 적이 있을 것이다.  이렇게 수직구도는 관객들로 하여금 역동적이면서도 강력한 힘을 가진 존재를 마주 대하는 느낌을 가지도록 만든다.
 


반면 넓이는 상당히 넓지만 높이가 기껏 3층 정도라면 크다는 느낌은 가질지 모르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쫙 뻗은 느낌이나 압도당하는 느낌을 가지지는 않을 것이다. 이는 수평구도의 안정감으로부터 비롯된다.


스파이더맨의 한 장면을 생각해 보자. 복잡한 도심의 건물과 건물을 거미줄로 이어가며 누군가를 구하기 위해 급하게 날아가고 있다. 그런 장면의 경우 스파이더맨은 화면의 좌우로 날아다니기 보다는 화면 전후로 움직이는 경우가 많다. 조금이라도 더 역동적인 화면을 만들어내야 하는데, 길이가 긴 화면의 좌우 방향으로 움직이는 건 아무래도 급박하게 움직이는 느낌이 덜 할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런데 화면의 전후 방향으로 움직이는 모습을 표현할 경우 관객들에게는 아래에서 위로 혹은 위에서 아래로 움직이는 것으로 보이게 된다. 영화의 스크린은 3차원이 아니므로. 길이가 짧은 아래 위 방향으로 움직이다 보면 스파이더맨은 화면에서 금세 벗어나게 되고, 그 움직임은 훨씬 더 빠르게 느껴지게 된다. 이렇게 움직이는 피사체의 수직 방향으로의 이동은 수평 방향으로의 이동에 비해서 훨씬 큰 운동감을 만들어내 역동적인 느낌을 주게 된다.




걸리버 여행기에 나오는 걸리버가 대인국에 막 도착한 순간이라고 하자. 정신을 잃었다가 가까스로 깨어나 들판을 헤매고 있던 걸리버에게 정체를 알 수 없는 엄청난 소리가 들려온다. 그 순간 저 쪽에서 걸리버를 향해 다가오는 상상도 할 수 없는 크기의 거인. 놀란 걸리버가 반대 방향으로 달아나보지만 곧 따라 잡히고 자신을 덮은 그림자에 놀라 뒤를 돌아보는 걸리버를 향해 덮쳐오는 거대한 발...



이 마지막 장면의 발은 어떤 구도로 찍는 것이 좋을까? 당연히 뒤롤 돌아본 걸리버의 시선을 덮쳐오는 발이 위에서 아래로 내리 밟는 듯한 구도를 가져가야 한다. 그래야만 관객들도 마치 자신들이 걸리버가 된 것처럼 느끼면서, 걸리버의 공포를 함께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위에서 아래로 자신을 내리누르는 거대한 발, 이런 장면은 생각만 해도 내리 눌리는 느낌이 든다. 수직 구도가 가지는 강력함에 운동성까지 더해지기 때문이다.


불안함 / 긴장감 / 운동성의 구도 - 사선 구도 

사무실에서 이사를 하거나 가구 배치를 옮기면 액자들을 새로 걸아야 하는 경우가 있다. 그럴 때 액자를 수평으로 걸기 위해서 꽤나 애를 쓰게 된다. 드라마 같은 데를 봐도 그거 조금 삐딱하게 걸렸다고 서로 티격태격 거리기도 하고 그런다. 그게 왜 그렇게 중요할까? 조금 삐딱하게 걸리면 어때서. 불안하기 때문이다. 자주 쳐다보는 것도 아니니 아무 것도 아닌 것 같지만, 그런 게 삐딱하게 걸려 있으면 어쩐지 전체적인 분위기가 불안하게 느껴지기 십상이다.  사선구도가 가지고 있는 불안감 때문이다.
화면에 높은 건물이 비치고 있다. 그런데 카메라를 약간 틀어서 건물이 옆으로 기운 것처럼 보이게 한다. 그러면 그 장면을 바라보는 사람들은 당연히 불안함을 느낄 수 밖에 없다. 우리가 바라보며 사는 모든 사물들이 수평의 선 위에 수직으로 세워진 것들이기 때문이다. 길을 가다가 삐딱하게 기운 집을 보면 자기도 모르게 그 앞을 피해서 돌아가는 것과 마찬가지 마음이다. 혹 무너지기라도 할 까봐 불안한 마음.



이런 불안한 마음에서 당연히 긴장감이 나온다. 자동차를 타고 간다고 해 보자. 차가 도로에 있는 장애물을 잘못 밟고 지나가면서 한 쪽으로 기우뚱 기울었다. 차에 타고 있던 주인공들이 긴장한다. 관객들은? 물론 같이 긴장한다.  물론 스크린 속의 차가 전복된다고 해도 관객들이 다칠 일은 전혀 없다. 그리고 관객들도 그 사실을 안다. 하지만 관객들은 영화 속의 인물들과 자신을 동일시하고 있다. 그리고 대부분의 상업영화들은 그런 동일시를 만들어내는 것을 기본적인 목표로 하고 있다. 따라서 자신들에게 직접적으로 위험할 일은 없지만, 관객들이 사선 구도를 바라보면서 긴장하게 되는 것이다. 



사람들은 수평 공간 위에서 사는 것에 익숙하다. 그러다 보니 뭔가가 옆으로 기울어지면 똑바로 서거나 눕거나 둘 중의 한 가지 상태를 향해서 움직일 거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그건 중력의 법칙을 고려할 때 당연한 사실이다. 즉, 사람들은 사선 구도를 바라보면서 이 구도가 유지되지 않고 다른 어떤 상태로 변하게 될 것이라고 예측하게 된다. 그래서 관객들은 사선 구도를 바라보면서 운동감을 강하게 느끼게 되는 것이다. 뭔가 다른 상태로 변해야 한다는 관객 내부의 목소리 때문에. 그래서 흔들림이 많은 공중전 장면이라든가 커브길을 휙휙 돌아가는 오토바이 추격 씬 같은 경우에는 관객들 스스로가 몸을 좌우로 움직이는 광경도 볼 수 있다. 사선구도는 뭔가 완전하지 못하다는, 그 다음에 반드시 변화가 있을 것이라는 느낌을 줌으로써 운동감을 더해 준다.